제목 | 집으로부터 일만 광년 |
부제 | |
저자 |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
역자 | 신해경 |
출판사 | 엘리 |
발행일 | 2022.8.25. |
페이지 수 | 492쪽 |
사이즈 | 140✕210 |
도서 형태 | 무선 |
ISBN | 979-11-91247-21-3 03840 |
분야 | 과학소설 | 영미문학 |
정가 | 17,500원 |
#SF #우주 #상상력 #페미니즘 #비인간 #외로움 #우정 #사랑 #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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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숨』의 테드 창과 『매끄러운 세계와 그 적들』의 한나 렌에 이어, 엘리에서 세 번째 SF 작가로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와 그의 첫 책인 『집으로부터 일만 광년』을 선보인다. 『집으로부터 일만 광년』은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라는 남성적인 필명을 만들어 51세의 나이에 본격적으로 SF 소설을 쓰기 시작한 저자(본명 앨리스 브래들리 셸던)의 첫 단편집이다. 지구와 우주와 소행성대를 넘나들고 인간, 외계인, 동물을 비롯해 이형異形의 존재들이 등장하는 이 무궁한 상상력의 SF 소설집에는 추격전, 첩보물, 종교전쟁, 외계인과의 첫 조우 등 탄탄하고 속도감 있는 서사뿐 아니라, 제 손으로 고향 행성을 멸망시킨 지구인의 후손, 황폐화된 에티오피아의 산맥을 달리고 또 달리며 서로를 돕고 구하는 여자애와 늑대,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계속해서 인간으로 변신해 타인과 소통하고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고독한 외계 존재가 등장해 애틋하면서도 알연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제각각의 방식으로 기묘하게 아름다운 열세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국내 초역!
책 소개
“그는 우리를 속였다. 정말 제대로 속였다.”
삶 자체가 SF였던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1970년대 미국에서 “가장 남성적인 SF를 쓰는 남자”, 작품에 “지울 수 없이 남성적인 지점들이” 포진한 작가. 모두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를 따라다니던 수식어였다. ‘제임스’나 ‘주니어’라는 이름은 물론, 작품의 문체와 소재, 여성 등장인물을 향한 성적 욕망, 저자의 이력으로 읽히는 소설 속 군대와 CIA 이야기가 팁트리는 남성이라는 점을 명백히 증명하는 듯했다. 하지만, 어슐러 K. 르 귄이 썼듯, “그는 우리를 속였다. 정말 제대로 속였다.”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는 앨리스 브래들리 셸던이 51세의 나이에 본격적으로 SF 소설을 쓰기 시작하며 고안한 필명이었다. 군대와 CIA에서 정보원으로 일하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원치 않은 주목을 받았던 저자는 글에서만큼은 ‘여성 SF 작가’로서 받게 될 관심에서 벗어나고자 남성처럼 보이는 필명을 사용했다. 그 후 10년 동안 얼굴을 보이는 일 없이 작품과 편지로만 소통해오다 1977년, 팁트리가 61세의 여성 작가임이 밝혀진다. SF 소설계에 일대 파문이 일었고, ‘팁트리 쇼크’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후대는 이 사건을 “별이 폭발했다”라고 기록한다.
그래서 폭발한 건 어느 별이었나. 르 귄은 모두를 속인 팁트리에게 “우리는 고마워할 수밖에 없다”라고 적는다. ‘팁트리 쇼크’는 곧 ‘남성적 글쓰기’와 ‘여성적 글쓰기’에 대한 우리의 개념을 무너뜨린 교란 사건이었고, 여태 어떠한 전통과 편견 속에서 SF를, 문학을 읽어왔는지 검토할 주요 계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고 여전히 우뚝 선 것이 있으니, 거짓이 아닌 저자의 이력, 실로 ‘진짜’인 그의 이야기들이다. 군대, 정보국, 오지의 정글, 아프리카 대륙 등 앨리스가 살아온 시간은 곧 팁트리의 삶이기도 했다. 앨리스로서, 그리고 팁트리로서 저자의 과거와 소망들이 『집으로부터 일만 광년』의 다채로운 소설들 속에 그대로 담겨 있다.
소설집의 문을 여는 「눈은 녹고, 눈은 사라지고」의 배경은 먼 미래, 벌레 한 마리 찾아볼 수 없는 황폐화된 에티오피아다. 두 팔이 없는 여자애와 뇌병변 장애를 지닌 늑대가 건장한 Y염색체-남성을 납치하려 강을 건너고 산맥을 타는 이 아련한 활극에는, 부모님과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보낸 팁트리의 유년 시절이 녹아 있다. 미국의 유명 SF 텔레비전 드라마 시리즈 〈스타 트렉〉을 보며 자란 「빔 어스 홈」의 공군 조종사 ‘호비’는 성인이 되고 나서도 드라마 속 인물들이 자신을 데리러 오리라 믿으며, 주둔지를 습격당한 와중에 그들을 만나러 비행기를 타고 우주로 솟구친다. 호비는 군 정보원으로 활동한 저자의 이력뿐 아니라, 여성으로서 조종사가 되기를 꿈꾸었던 과거 팁트리의 소망이 담긴 인물이다.
“우리가 딱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 그들이 착륙하기 전까지는.”
우주적 상상력을 통해 바라본 지구 사회, 유쾌한 유비와 전복
팁트리는 언제나 경험에 근거해 이야기를 직조해나갔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는 단지 땅 위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평의 땅을 딛고, 우주를 향해 수직으로 솟은 저자의 상상력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지구식 성간 계몽운동을 설파하러 낙후된 행성으로 홀로 여행해 각종 농경·산업 기술을 전하는 지구인 소년 캐멀링의 자아도취 문물 전파 이야기(「수영장이 비면 나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인 연인의 죽음을 막으러 끊임없이 과거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는 룰리의 가슴 아픈 시간도약(「허드슨베이 담요로 가는 영원」). 내장을 불태우는 공기, 눈알을 꼬챙이로 찌르는 듯한 하늘빛, 손을 난도질하는 듯한 자갈, 그럼에도 끝내 돌아온 고향 행성 지구에 남기로 한 무통無痛의 존재(「고통에 밝은」). 행성계를 넘나들고 과거와 미래를 자유로이 오가는 팁트리의 상상력은 때로는 세계사를 참조해 식민주의와 계몽주의를 유비하기도 하고, 때로는 개인의 사랑과 존재의 근원을 탐구하며 보다 내밀하고 철학적인 주제로 나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단편보다도 팁트리의 통쾌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소설은 「엄마가 왔다」이다. 인류의 첫 외계인 조우 사건을 그린 이 소설은 지구인 남성보다 키가 반절씩은 큰 카펠라인 여성들이 달에 착륙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지구의 남성지배 구조를 전복한 유쾌한 수작이다. 강인한 육체의 여성 거인 앞에서 지구인 남성은 반격도 못 하고 그저 장난감으로 놀리다 버려질 뿐이다. 하지만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성별에 근거한 권력 구조를 위아래로 뒤집었다는 데 있지 않다. 카페라인들을 지구에서 몰아내기 위해 주인공들이 내놓은 방안은 곧 남성지배 구조에서 지구인 여성 틸리가 겪은 과거의 ‘상처’를 재상연하는 과정이기도 하며, 이는 ‘상처’란 영원히 상처로만 남지 않고 (무척이나 고통스럽지만) 어떻든 다른 방식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틸리가 자신과 똑같은 상처를 겪은 FBI 동료이자 지구인 남성 맥스에게 “다 상대적인 거야, 그렇지 않아?”라고 묻는 건, 그렇기에 삶을 지속해보겠다는 옅은 다짐과 애착으로 읽힌다.
“아픔을 계속 간직하며 살든가, 아니면 아픔을 잊고
얼마 후에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되든가, 둘 중 하나였다.”
평범하나 특별하고, 외로우나 담대한 존재들
『집으로부터 일만 광년』의 다채로운 열세 편의 단편을 읽어나가며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채 근원적인 외로움에 휩싸여 있다는 점이다. 언제나 ‘집으로부터 일만 광년’ 떨어진 이 존재들은 우주에 집이라 부를 만한 곳이 있을지 부러 의심하기도 하지만, 그건 그만큼 집이라는 고향과 뿌리를 소망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테라여, 그대를 따르리라, 우리의 방식으로」에는 제 손으로 고향 행성을 망가트린 지구인의 후손 솔테라인들이 등장한다(‘솔’은 태양, ‘테라’는 지구를 뜻한다). 온갖 행성 출신의 동물과 인간들이 모여 한바탕 경주를 뛰는 ‘레이스월드’를 세우고, 모든 경기와 베팅 시스템을 공정하고 청렴하게 운영하는 것이 솔테라인들의 자랑이자 존재 이유다. 먼 과거 스스로 고향을 불태운 조상들이 후대를 위해 남긴, 그리고 그를 받들어 계속해서 미래로 잇는, ‘고아’가 된 지구인 후손들의 가늘지만 단단한 꿈이다. 고향은 아니지만 분명 돌아갈 집인 레이스월드는 솔테라인을 비롯해 고아가 된 모든 종족의 꿈이기도 하다.
더불어, 실패할 뿐이지만 계속해서 인간으로 변신해 타인과 관계를 맺고 ‘구조’를 공유하기를 시도하는 고독한 외계 존재(「난 너무 크지만 노는 게 좋아」), 음악 취향, 외모, 추구하는 가치 등 모든 것이 먼 과거에 머물러 있으며 홀로 여전히 첫 우주탐사의 영웅들을 기억하는 ‘우주안전감독관 골렘’(「다이아몬드 가득한 하늘에 계신 어머니」)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겪고, 또 겪어나갈 외로움이라는 보통의 정서를 속도감 있는 SF 서사 속에 짙은 농도로 녹여두었다.
그럼에도 팁트리의 우주 속 존재들은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각자의 시간과 삶을 지속한다. 그것이 반세기를 지나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하고, 우리의 마음에 닿는 지점이기도 하다. 앨리스 브래들리 셸던이라는 51세의 여성이 글을 쓰기에 앞서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라는 남성적 필명을 둘러쓴 것 또한, 어떠한 결연함이나 묵직한 다짐보다도 자신만의 독창적 SF 상상력을 발휘해 이야기와 서사를 직조해내고 (외부로부터의 불필요한 방해 없이) 글쓰기를 계속하겠다는, 가볍지만 진실된 마음이 아니었을까.
저역자 소개
지은이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James Tiptree Jr.
본명은 앨리스 브래들리 셸던. 부모님과 함께 아프리카와 인도를 여행하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화가, 예술 비평가, 군 정보원, CIA 정보원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했고 전역 후에는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실험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논문을 끝마치던 1967년, 51세의 나이에 SF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그때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라는 필명을 만들었다(‘팁트리’는 식료품점에서 흔히 보이는 과일잼의 브랜드명이다). 군대나 CIA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원치 않은 주목을 받았던 그는 ‘여성 SF 작가’로서 받게 될 관심에서 벗어나고자 남성처럼 보이는 필명을 사용했다.
팁트리는 그 후 10년 동안 편집자와 동료 작가들에게 얼굴을 보이는 일 없이 작품과 편지로만 교류했다. 간혹 팁트리가 여성이라는 추측이 있었지만 동시대 소설가이자 편집자인 로버트 실버버그는 “팁트리의 글에는 지울 수 없이 남성적인 지점들이 있다. 남성이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썼을 거라고, 여성이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을 썼을 거라고 생각할 수 없”듯 팁트리는 남성이라고 일축했다.
그리고 1977년,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가 61세의 여성 작가임이 밝혀지며 SF 소설계에 일대 파문이 일었다. 그가 ‘라쿠나 셸던’이라는 필명으로도 글을 썼다는 사실 또한 밝혀지며, 거센 후폭풍 속에 ‘팁트리 쇼크’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젊은 남성의 게임판이었던 SF계에서 팁트리는 더 이상 ‘작가’가 아닌 ‘나이 든 여성 작가’가 되었다.
팁트리는 이 사건을 전후로 어머니의 죽음, 남편의 알츠하이머병 발병, 의붓딸의 자살을 연이어 겪게 된다. 글쓰기를 포기하고 남아 있던 원고를 태우려고도 했다. 몇 년 후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로 작품 활동을 재개했지만 예전처럼 활발히 활동하지는 못했다.
말년에 다다라, 그간 남편을 보살펴온 팁트리는 남편의 죽음이 가까워진 1987년 5월 19일에 남편을 총으로 쏘고, 자신도 삶을 마감했다. 1991년에 그의 공로를 기리는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상’이 제정되어 해마다 젠더에 대한 이해를 넓힌 SF 및 판타지 문학을 대상으로 수여되고 있다. 이 상은 2019년, ‘아더와이즈상’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는 총 한 편의 시집과 두 편의 장편소설, 일흔 편의 단편소설을 발표했다(다른 필명으로 발표한 작품 포함).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 월드판타지상, 주피터상 등 다수의 주요 SF 문학상을 석권했다. 『집으로부터 일만 광년』은 1973년에 출간된 그의 첫 책이다.
옮긴이 신해경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KDI국제정책대학원에서 경영학과 공공정책학(국제관계) 석사과정을 마쳤다. 생태와 환경, 사회, 예술, 노동 등 다방면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글쓰기 사다리의 세 칸』 『캣피싱』 『저는 이곳에 있지 않을 거예요』 『어떤 그림』 『풍경들: 존 버거의 예술론』 『야자나무 도적』 『사소한 정의』 『북극을 꿈꾸다』 『발전은 영원할 것이라는 환상』 등이 있다..
차례
눈은 녹고, 눈은 사라지고
비비언의 평화
엄마가 왔다
구원
고통에 밝은
테라여, 그대를 따르리라, 우리의 방식으로
문이 인사하는 남자
허드슨베이 담요로 가는 영원
수영장이 비면 나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난 너무 크지만 노는 게 좋아
세일즈맨의 탄생
다이아몬드 가득한 하늘에 계신 어머니
빔 어스 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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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나는 수시로 작가를 남자로 바꾸어 상상했다. 팁트리가 처음부터 자신이 여자임을 밝혔다면, 독자들이 이 하드보일드한 문체, 힘차고 선 굵은 필치를 볼 수 있었을까. 하지만 작가가 여성임을 자각하고 다시 보면, 초라한 남성성은 벌거벗겨지고, 야성적인 생명력으로 생존해내는 여성들이 실체를 드러낸다. 작가가 성별을 감춘 것까지도 소설의 일부가 된다.” 김보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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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트리는 SF 글쓰기를 통해 지구의 중력에서 ‘일만 광년’ 벗어나 자유롭게 숨 쉬며 온갖 이야기를 상상해낸다. 순진하게 명랑하면서도 날카롭게 예리한 시선으로 인간 세계의 부조리를 조망하고 해체하며 우주적 시공간을 자유로이 유영한다. 장르와 젠더를 가로지르는 이 이야기들은 그/녀의 글쓰기의 시작점을 보여준다.” 김애령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는 자신의 존재를 은폐하면서, 소위 ‘남성 서사’로 여겨진 SF 장르에 진입하여, 그 자신이 직접 젠더 이분법을 실험하고 해체하는 글쓰기를 시도했다. 그의 글쓰기는 반발이자 교란, 즉 그 자체로 SF였다.” 김은주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저자
“SF의 별자리에서 가장 밝게 타오르는 작가 중 한 명.” 뉴욕 타임스
“그는 우리 모두를 속였다. (…) 작가로서의 여성과 여성으로서의 작가에 관한 모든 이론을 뒤흔들었을 뿐 아니라, 작가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우리의 어떤 가정들에 의문을 품도록 만들었다.” 어슐러 K. 르 귄
제목 | 집으로부터 일만 광년 |
부제 | |
저자 |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
역자 | 신해경 |
출판사 | 엘리 |
발행일 | 2022.8.25. |
페이지 수 | 492쪽 |
사이즈 | 140✕210 |
도서 형태 | 무선 |
ISBN | 979-11-91247-21-3 03840 |
분야 | 과학소설 | 영미문학 |
정가 | 17,500원 |
#SF #우주 #상상력 #페미니즘 #비인간 #외로움 #우정 #사랑 #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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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숨』의 테드 창과 『매끄러운 세계와 그 적들』의 한나 렌에 이어, 엘리에서 세 번째 SF 작가로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와 그의 첫 책인 『집으로부터 일만 광년』을 선보인다. 『집으로부터 일만 광년』은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라는 남성적인 필명을 만들어 51세의 나이에 본격적으로 SF 소설을 쓰기 시작한 저자(본명 앨리스 브래들리 셸던)의 첫 단편집이다. 지구와 우주와 소행성대를 넘나들고 인간, 외계인, 동물을 비롯해 이형異形의 존재들이 등장하는 이 무궁한 상상력의 SF 소설집에는 추격전, 첩보물, 종교전쟁, 외계인과의 첫 조우 등 탄탄하고 속도감 있는 서사뿐 아니라, 제 손으로 고향 행성을 멸망시킨 지구인의 후손, 황폐화된 에티오피아의 산맥을 달리고 또 달리며 서로를 돕고 구하는 여자애와 늑대,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계속해서 인간으로 변신해 타인과 소통하고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고독한 외계 존재가 등장해 애틋하면서도 알연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제각각의 방식으로 기묘하게 아름다운 열세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국내 초역!
책 소개
“그는 우리를 속였다. 정말 제대로 속였다.”
삶 자체가 SF였던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1970년대 미국에서 “가장 남성적인 SF를 쓰는 남자”, 작품에 “지울 수 없이 남성적인 지점들이” 포진한 작가. 모두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를 따라다니던 수식어였다. ‘제임스’나 ‘주니어’라는 이름은 물론, 작품의 문체와 소재, 여성 등장인물을 향한 성적 욕망, 저자의 이력으로 읽히는 소설 속 군대와 CIA 이야기가 팁트리는 남성이라는 점을 명백히 증명하는 듯했다. 하지만, 어슐러 K. 르 귄이 썼듯, “그는 우리를 속였다. 정말 제대로 속였다.”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는 앨리스 브래들리 셸던이 51세의 나이에 본격적으로 SF 소설을 쓰기 시작하며 고안한 필명이었다. 군대와 CIA에서 정보원으로 일하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원치 않은 주목을 받았던 저자는 글에서만큼은 ‘여성 SF 작가’로서 받게 될 관심에서 벗어나고자 남성처럼 보이는 필명을 사용했다. 그 후 10년 동안 얼굴을 보이는 일 없이 작품과 편지로만 소통해오다 1977년, 팁트리가 61세의 여성 작가임이 밝혀진다. SF 소설계에 일대 파문이 일었고, ‘팁트리 쇼크’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후대는 이 사건을 “별이 폭발했다”라고 기록한다.
그래서 폭발한 건 어느 별이었나. 르 귄은 모두를 속인 팁트리에게 “우리는 고마워할 수밖에 없다”라고 적는다. ‘팁트리 쇼크’는 곧 ‘남성적 글쓰기’와 ‘여성적 글쓰기’에 대한 우리의 개념을 무너뜨린 교란 사건이었고, 여태 어떠한 전통과 편견 속에서 SF를, 문학을 읽어왔는지 검토할 주요 계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고 여전히 우뚝 선 것이 있으니, 거짓이 아닌 저자의 이력, 실로 ‘진짜’인 그의 이야기들이다. 군대, 정보국, 오지의 정글, 아프리카 대륙 등 앨리스가 살아온 시간은 곧 팁트리의 삶이기도 했다. 앨리스로서, 그리고 팁트리로서 저자의 과거와 소망들이 『집으로부터 일만 광년』의 다채로운 소설들 속에 그대로 담겨 있다.
소설집의 문을 여는 「눈은 녹고, 눈은 사라지고」의 배경은 먼 미래, 벌레 한 마리 찾아볼 수 없는 황폐화된 에티오피아다. 두 팔이 없는 여자애와 뇌병변 장애를 지닌 늑대가 건장한 Y염색체-남성을 납치하려 강을 건너고 산맥을 타는 이 아련한 활극에는, 부모님과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보낸 팁트리의 유년 시절이 녹아 있다. 미국의 유명 SF 텔레비전 드라마 시리즈 〈스타 트렉〉을 보며 자란 「빔 어스 홈」의 공군 조종사 ‘호비’는 성인이 되고 나서도 드라마 속 인물들이 자신을 데리러 오리라 믿으며, 주둔지를 습격당한 와중에 그들을 만나러 비행기를 타고 우주로 솟구친다. 호비는 군 정보원으로 활동한 저자의 이력뿐 아니라, 여성으로서 조종사가 되기를 꿈꾸었던 과거 팁트리의 소망이 담긴 인물이다.
“우리가 딱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 그들이 착륙하기 전까지는.”
우주적 상상력을 통해 바라본 지구 사회, 유쾌한 유비와 전복
팁트리는 언제나 경험에 근거해 이야기를 직조해나갔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는 단지 땅 위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평의 땅을 딛고, 우주를 향해 수직으로 솟은 저자의 상상력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지구식 성간 계몽운동을 설파하러 낙후된 행성으로 홀로 여행해 각종 농경·산업 기술을 전하는 지구인 소년 캐멀링의 자아도취 문물 전파 이야기(「수영장이 비면 나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인 연인의 죽음을 막으러 끊임없이 과거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는 룰리의 가슴 아픈 시간도약(「허드슨베이 담요로 가는 영원」). 내장을 불태우는 공기, 눈알을 꼬챙이로 찌르는 듯한 하늘빛, 손을 난도질하는 듯한 자갈, 그럼에도 끝내 돌아온 고향 행성 지구에 남기로 한 무통無痛의 존재(「고통에 밝은」). 행성계를 넘나들고 과거와 미래를 자유로이 오가는 팁트리의 상상력은 때로는 세계사를 참조해 식민주의와 계몽주의를 유비하기도 하고, 때로는 개인의 사랑과 존재의 근원을 탐구하며 보다 내밀하고 철학적인 주제로 나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단편보다도 팁트리의 통쾌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소설은 「엄마가 왔다」이다. 인류의 첫 외계인 조우 사건을 그린 이 소설은 지구인 남성보다 키가 반절씩은 큰 카펠라인 여성들이 달에 착륙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지구의 남성지배 구조를 전복한 유쾌한 수작이다. 강인한 육체의 여성 거인 앞에서 지구인 남성은 반격도 못 하고 그저 장난감으로 놀리다 버려질 뿐이다. 하지만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성별에 근거한 권력 구조를 위아래로 뒤집었다는 데 있지 않다. 카페라인들을 지구에서 몰아내기 위해 주인공들이 내놓은 방안은 곧 남성지배 구조에서 지구인 여성 틸리가 겪은 과거의 ‘상처’를 재상연하는 과정이기도 하며, 이는 ‘상처’란 영원히 상처로만 남지 않고 (무척이나 고통스럽지만) 어떻든 다른 방식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틸리가 자신과 똑같은 상처를 겪은 FBI 동료이자 지구인 남성 맥스에게 “다 상대적인 거야, 그렇지 않아?”라고 묻는 건, 그렇기에 삶을 지속해보겠다는 옅은 다짐과 애착으로 읽힌다.
“아픔을 계속 간직하며 살든가, 아니면 아픔을 잊고
얼마 후에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되든가, 둘 중 하나였다.”
평범하나 특별하고, 외로우나 담대한 존재들
『집으로부터 일만 광년』의 다채로운 열세 편의 단편을 읽어나가며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채 근원적인 외로움에 휩싸여 있다는 점이다. 언제나 ‘집으로부터 일만 광년’ 떨어진 이 존재들은 우주에 집이라 부를 만한 곳이 있을지 부러 의심하기도 하지만, 그건 그만큼 집이라는 고향과 뿌리를 소망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테라여, 그대를 따르리라, 우리의 방식으로」에는 제 손으로 고향 행성을 망가트린 지구인의 후손 솔테라인들이 등장한다(‘솔’은 태양, ‘테라’는 지구를 뜻한다). 온갖 행성 출신의 동물과 인간들이 모여 한바탕 경주를 뛰는 ‘레이스월드’를 세우고, 모든 경기와 베팅 시스템을 공정하고 청렴하게 운영하는 것이 솔테라인들의 자랑이자 존재 이유다. 먼 과거 스스로 고향을 불태운 조상들이 후대를 위해 남긴, 그리고 그를 받들어 계속해서 미래로 잇는, ‘고아’가 된 지구인 후손들의 가늘지만 단단한 꿈이다. 고향은 아니지만 분명 돌아갈 집인 레이스월드는 솔테라인을 비롯해 고아가 된 모든 종족의 꿈이기도 하다.
더불어, 실패할 뿐이지만 계속해서 인간으로 변신해 타인과 관계를 맺고 ‘구조’를 공유하기를 시도하는 고독한 외계 존재(「난 너무 크지만 노는 게 좋아」), 음악 취향, 외모, 추구하는 가치 등 모든 것이 먼 과거에 머물러 있으며 홀로 여전히 첫 우주탐사의 영웅들을 기억하는 ‘우주안전감독관 골렘’(「다이아몬드 가득한 하늘에 계신 어머니」)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겪고, 또 겪어나갈 외로움이라는 보통의 정서를 속도감 있는 SF 서사 속에 짙은 농도로 녹여두었다.
그럼에도 팁트리의 우주 속 존재들은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각자의 시간과 삶을 지속한다. 그것이 반세기를 지나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하고, 우리의 마음에 닿는 지점이기도 하다. 앨리스 브래들리 셸던이라는 51세의 여성이 글을 쓰기에 앞서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라는 남성적 필명을 둘러쓴 것 또한, 어떠한 결연함이나 묵직한 다짐보다도 자신만의 독창적 SF 상상력을 발휘해 이야기와 서사를 직조해내고 (외부로부터의 불필요한 방해 없이) 글쓰기를 계속하겠다는, 가볍지만 진실된 마음이 아니었을까.
저역자 소개
지은이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James Tiptree Jr.
본명은 앨리스 브래들리 셸던. 부모님과 함께 아프리카와 인도를 여행하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화가, 예술 비평가, 군 정보원, CIA 정보원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했고 전역 후에는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실험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논문을 끝마치던 1967년, 51세의 나이에 SF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그때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라는 필명을 만들었다(‘팁트리’는 식료품점에서 흔히 보이는 과일잼의 브랜드명이다). 군대나 CIA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원치 않은 주목을 받았던 그는 ‘여성 SF 작가’로서 받게 될 관심에서 벗어나고자 남성처럼 보이는 필명을 사용했다.
팁트리는 그 후 10년 동안 편집자와 동료 작가들에게 얼굴을 보이는 일 없이 작품과 편지로만 교류했다. 간혹 팁트리가 여성이라는 추측이 있었지만 동시대 소설가이자 편집자인 로버트 실버버그는 “팁트리의 글에는 지울 수 없이 남성적인 지점들이 있다. 남성이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썼을 거라고, 여성이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을 썼을 거라고 생각할 수 없”듯 팁트리는 남성이라고 일축했다.
그리고 1977년,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가 61세의 여성 작가임이 밝혀지며 SF 소설계에 일대 파문이 일었다. 그가 ‘라쿠나 셸던’이라는 필명으로도 글을 썼다는 사실 또한 밝혀지며, 거센 후폭풍 속에 ‘팁트리 쇼크’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젊은 남성의 게임판이었던 SF계에서 팁트리는 더 이상 ‘작가’가 아닌 ‘나이 든 여성 작가’가 되었다.
팁트리는 이 사건을 전후로 어머니의 죽음, 남편의 알츠하이머병 발병, 의붓딸의 자살을 연이어 겪게 된다. 글쓰기를 포기하고 남아 있던 원고를 태우려고도 했다. 몇 년 후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로 작품 활동을 재개했지만 예전처럼 활발히 활동하지는 못했다.
말년에 다다라, 그간 남편을 보살펴온 팁트리는 남편의 죽음이 가까워진 1987년 5월 19일에 남편을 총으로 쏘고, 자신도 삶을 마감했다. 1991년에 그의 공로를 기리는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상’이 제정되어 해마다 젠더에 대한 이해를 넓힌 SF 및 판타지 문학을 대상으로 수여되고 있다. 이 상은 2019년, ‘아더와이즈상’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는 총 한 편의 시집과 두 편의 장편소설, 일흔 편의 단편소설을 발표했다(다른 필명으로 발표한 작품 포함).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 월드판타지상, 주피터상 등 다수의 주요 SF 문학상을 석권했다. 『집으로부터 일만 광년』은 1973년에 출간된 그의 첫 책이다.
옮긴이 신해경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KDI국제정책대학원에서 경영학과 공공정책학(국제관계) 석사과정을 마쳤다. 생태와 환경, 사회, 예술, 노동 등 다방면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글쓰기 사다리의 세 칸』 『캣피싱』 『저는 이곳에 있지 않을 거예요』 『어떤 그림』 『풍경들: 존 버거의 예술론』 『야자나무 도적』 『사소한 정의』 『북극을 꿈꾸다』 『발전은 영원할 것이라는 환상』 등이 있다..
차례
눈은 녹고, 눈은 사라지고
비비언의 평화
엄마가 왔다
구원
고통에 밝은
테라여, 그대를 따르리라, 우리의 방식으로
문이 인사하는 남자
허드슨베이 담요로 가는 영원
수영장이 비면 나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난 너무 크지만 노는 게 좋아
세일즈맨의 탄생
다이아몬드 가득한 하늘에 계신 어머니
빔 어스 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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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책을 읽으며 나는 수시로 작가를 남자로 바꾸어 상상했다. 팁트리가 처음부터 자신이 여자임을 밝혔다면, 독자들이 이 하드보일드한 문체, 힘차고 선 굵은 필치를 볼 수 있었을까. 하지만 작가가 여성임을 자각하고 다시 보면, 초라한 남성성은 벌거벗겨지고, 야성적인 생명력으로 생존해내는 여성들이 실체를 드러낸다. 작가가 성별을 감춘 것까지도 소설의 일부가 된다.” 김보영 소설가
“나는 이 책을 최초로 만났던 반세기 전의 독자들을 상상한다. 놀랍게도, 그들이 부럽지 않다. 오히려 그들을 「허드슨베이 담요로 가는 영원」의 룰리처럼 여기로 시간도약 시켜주고 싶다. 21세기를 위해 미리 쓰인 이 유쾌하고 전복적인 SF를 마침내 가장 어울리는 시대에 만났다. 이 특별하고 신나는 경험을 모두와, 어쩌면 카펠라인들과도, 나누고 싶다.” 정소연 소설가
“지구를 ‘바삭바삭 시리얼’로 표현하는 작가의 유쾌한 전복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인물들은 절망적이고 때로는 엉뚱한 세상 속에서 저마다의 쾌활함으로 세상을 조롱하고 수긍하며 삶을 지속하고, 우리는 거침없는 작가의 상상 속에서 낯설고도 익숙한 감각을 느낀다. 시대를 뛰어넘어 현대 인류의 가려움을 벅벅 긁어주는 작가의 힘이 더없이 즐겁고 통쾌하다!” 천선란 소설가
“팁트리는 SF 글쓰기를 통해 지구의 중력에서 ‘일만 광년’ 벗어나 자유롭게 숨 쉬며 온갖 이야기를 상상해낸다. 순진하게 명랑하면서도 날카롭게 예리한 시선으로 인간 세계의 부조리를 조망하고 해체하며 우주적 시공간을 자유로이 유영한다. 장르와 젠더를 가로지르는 이 이야기들은 그/녀의 글쓰기의 시작점을 보여준다.” 김애령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는 자신의 존재를 은폐하면서, 소위 ‘남성 서사’로 여겨진 SF 장르에 진입하여, 그 자신이 직접 젠더 이분법을 실험하고 해체하는 글쓰기를 시도했다. 그의 글쓰기는 반발이자 교란, 즉 그 자체로 SF였다.” 김은주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저자
“SF의 별자리에서 가장 밝게 타오르는 작가 중 한 명.” 뉴욕 타임스
“그는 우리 모두를 속였다. (…) 작가로서의 여성과 여성으로서의 작가에 관한 모든 이론을 뒤흔들었을 뿐 아니라, 작가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우리의 어떤 가정들에 의문을 품도록 만들었다.” 어슐러 K. 르 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