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태어나는 말들 |
부제 | 우리의 고통이 언어가 될 때 |
저자 | 조소연 |
출판사 | (주)북하우스 퍼블리셔스 |
발행일 | 2024년 6월 27일 |
페이지 수 | 308쪽 |
사이즈 | 130✕210 |
도서 형태 | 무선제본 |
ISBN | 979-11-6405-261-5 03810 |
분야 | 에세이 | 한국 에세이 |
정가 | 16,800원 |
도서 구매 사이트
도서 소개
제11회 브런치북 대상작 『태어나는 말들』은 자살한 어머니를 이해하기 위해 삶의 가장 내밀한 구석까지 파고든 딸의 상실과 회복의 기록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다가 끝내 극단적 선택으로 삶을 닫아버린 어머니는 가족들 사이에서조차 언급하기를 꺼리는 불온한 존재로서 은폐된다. 이 책의 저자인 조소연 작가 또한 오랫동안 어머니에 대해 말하기를 회피해왔다.
그러나 저자는 더 늦기 전에 고인의 딸이자 같은 여성으로서 ‘어머니에 대해 말해야 한다’라는 사명으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태어나는 말들』의 특별함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에 쓰인 모든 문장은 죽음을 뚫고, 침묵을 깨트리며 세상으로 나왔다. 그녀가 말하지 않는다면 어머니는 영영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 피안의 세계에서도 홀로 외롭게 존재할 것이기에, 가장 아픈 상처에서부터 파고들어 어머니의 삶을 다시 조명하고자 한 것이다. 조소연 작가는 이 책으로 ‘쓰기’를 통해 애도를 표현하고, ‘쓰기’를 통해 오래된 상처를 치유하는 언어의 가장 내밀한 쓰임을 증명해 보인다. 이 책의 등장으로 서점가의 눈 밝은 독자들은 새로운 작가의 탄생을 예감하게 될 것이다.
“나는 아주 폭력적인 방식으로
어머니의 세계로부터 추방되었다.”
누군가에게는 불온할 수 있지만
반드시 쓰여야만 했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
『태어나는 말들』은 서두를 여는 강렬한 첫 문장에서부터 ‘어머니’의 존재를 드러내며 독자들에게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를 경고한다. 여기서 말하는 ‘폭력적인 방식’이란 바로 스스로 자기의 목숨을 끊는 것이었다. 제아무리 병 없이 천수를 누리다가 눈을 감는다 하더라도 가족의 죽음이란 언제나 깊은 슬픔을 몰고 오기 마련이기에, 사랑하는 가족이 자신의 선택으로 세상을 등졌을 때 남은 유가족이 느낄 슬픔이란 감히 상상하기도 어렵다. 심지어 나에게 생명을 준 어머니의 자살은 삶을 뿌리째 흔드는 재해와 같은 비극이다.
이처럼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는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이야기를 『태어나는 말들』의 조소연 작가는 온전히 부딪쳐가며 독자들에게 펼쳐놓는다. 자살하기 전 어느 날부터인가 정신이 허물어졌던 어머니, 그녀의 외도, 욕망, 자식들에 대한 집착과 결함까지 모두 기록해나간다. 누군가에게는 이토록 적나라하게 고인의 치부를 밝히는 것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조소연 작가는 말한다.
“그녀가 자신의 존재를 모두 걸고 지키고자 한 비밀이었기에 나는 여기에 그녀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럽다. 나의 말소리가 어머니의 영혼에게까지 들린다면 그 영혼은 나를 휘감고 통곡할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엄마! 나는 말해야만 해요!”라고 외칠 것이다. 간통, 불륜, 외도라는 단어로 그녀에게 죄의 낙인을 씌우고자 함이 아닌, 그녀의 욕망이 어떤 과정으로 비틀리고 왜곡되어갔는지, 그것이 어떻게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갔는지를 드러내야만 한다.”
이 책은 사회적·도덕적 잣대로 어머니를 재단하기 위해서가 아닌, 한 여성으로서의 어머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위해 쓰였다. 그 이해를 바탕으로 누군가의 아내이자 어머니로 거의 평생을 살아온 한 여성을 다시 이 세상에 불러들이고자 한 것이다.
“내가 부재하는 당신을 사랑하는 유일한 방법은 당신의 흔적과 유해를 낱낱이 그러모아 그 형상을 복원하는 일이었다.”
깨진 도자기 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춰 붙이듯 산산조각 난 삶의 파편들을 글로 정리해 이리저리 맞춰보는 이 행위는 육체로부터 자유로워진 어머니의 넋을 글이라는 그릇에 다시 담는, 말이라는 신물(神物)을 통한 ‘내림굿’이다. 작가 조소연은 딸이자 같은 여성으로서 문장 하나하나에 혼과 신을 갈아 넣어 이 뒤늦은 참회의 위령제를 주관한다.
“어머니의 목숨을 담보로 지금의 내가 살아 있다.
그러므로 나는 치욕에 무너지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1부 애도와 기억’이 어머니에 대한 회고라면, ‘2부 여성은 왜 아픈가’는 어머니가 살아온 삶을 이해하게 되면서 작가 조소연이 자신의 삶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그녀는 어머니가 본인의 모든 것을 희생해 키워낸 존재가 자신임을 받아들인다. 어머니의 생전에는 수없이 싸우고, 불화하며, 때때로 그녀의 세련되지 못한 욕망을 부끄러워하기도 했지만, 그런 부끄러움마저도 어머니가 자신을 ‘배운 사람’으로 만들었기 때문임을 깨닫는다.
한 사람의 생애에 과연 어머니만큼 깊이 엮여 있는 존재가 또 있을까? 어머니에 대해 쓴 이 책은 필연적으로 작가 조소연의 자전적 에세이이기도 하다. 어머니가 여성으로서의 욕망과 욕구를 버리고, 치욕과 삶의 풍파를 잊고 가장 몰입했던 것이 바로 자식들이기 때문이다. 조소연 작가는 어머니에 대하여 그리고 그런 어머니의 슬하에서 자란 자신에 대하여 써 내려간다. 서로를 할퀴고 원망하는 가족,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할 트라우마와 상처, 인간적인 결함과 치부까지를 낱낱이 밝히는 이 글쓰기는 결국 아무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기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장치가 된다. 그 결과 조소연 작가는 마침내 오랫동안 불화해왔던 자신의 삶과 화해하며, 진정한 자유와 내면의 평화를 찾아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3부 우리의 고통이 언어가 될 때’에서 작가의 시선은 어머니와 나에게서 더 나아가 아무도 귀 기울여 들어주지 않던 약자들의 아픔으로 확장된다. 제주도로 이사와 해녀들의 이야기로부터 제주 4·3 사건이라는 역사적 비극에 주목하고, 피해자들의 상처에 공명하며 거기에 자신의 목소리를 더해 그들과 함께 노래하고 말한다.
마치 기나긴 터널을 통과하는 것처럼 깊은 슬픔과 비탄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던 조소연 작가의 목소리는 점차 생기와 삶에 대한 의지로 넘쳐흐른다.
“살아내겠습니다. 당신을 사랑하듯, 소멸하는 나의 생과 모든 순간들을.”
어머니를 복원하며 스스로 삶을 수렁으로부터 건져낸 이 ‘자기 해방의 글쓰기’는 읽는 이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할 만큼의 감동을 품고 있다. 영원처럼 계속될 것만 같은 슬픔에서 회복해 모든 순간을 사랑하겠노라 결심하는 조소연 작가의 변화는 각자 저마다의 슬픔을 지닌 사람들에게 크나큰 위로가 된다. 지금 느끼고 있을 슬픔은 결코 영원하지 않다. 우리 또한 다시 삶을 사랑할 수 있는 순간이 올 것이다.
추천의 말
쓰일 수밖에 없는 글이 있다. ‘나는 써야만 해요’ 부추긴 목소리에 의해 쓰인 글. 독자는 매혹된다. 사로잡혀 운다. 뛰고, 춤춘다.
제주에는 무아지경의 춤을 추게 함으로써 정신병을 낫게 하는 ‘두린굿’이 있다. 그 굿의 핵심인 ‘춤취움’처럼 조소연은 ‘글씌움’을 통해 금기가 된 죽음을 애도하고 파열된 마음에 손을 내민다.
이 책은 피의 언어로 어머니의 아픈 피를 씻는 제의이자 실성한 어머니와 상실한 딸뿐만이 아닌 모든 ‘다락방의 미친 여자들’을 불러내 춤추게 하는 한판 두린굿이다. 그리하여 당신은 본다. 찔린 자궁에서 빛의 알로 깨어나는 말들을.
그러므로 『태어나는 말들』을 읽는 것은 ‘쓰기’가 어떻게 ‘낳기’이자 ‘낫기’가 될 수 있는가를 목도하는 일이기도 하다. 어머니와 딸, 이 영원한 근친적 타자의 죽음을 끝끝내 언어화함으로써 마침내 재건과 회복으로 나아가는 이 책은 여성의 글쓰기가 어째서 가장 유효한 애도의 방식인지를 보여주는 새로운 텍스트가 될 것이다.
조소연의 문제적 첫 책이 보여주는 쓰기의 관능과 권능, 이 미친 ‘씀’의 굿판에 당신도 어서 들어와, 같이 춤추자! -허은실(시인)
차례
들어가며 7
1부 애도와 기억
수치심과 자살 13
말할 수 없는 죽음 21
은폐의 동조자들 27
내 딸이여, 시간을 초월하는 운명이 덮쳤소 35
어머니의 산 그리고 모성 (1) 39
어머니의 산 그리고 모성 (2) 47
폭풍의 한가운데에서 51
고통의 기원과 역사 59
사랑은 넘쳐흐르는 노래가 되어 65
구원자 75
지상의 죄인 81
어머니, 대담한 늑대 89
잿더미와 부서진 뼈들 95
자궁, 동굴에 갇힌 여자들 105
2부 여성은 왜 아픈가
고통을 질료로 삼다 117
자궁이 병들다 123
히스테리의 역사 127
‘말할 수 없음’에 대하여 쓰기 137
여성의 광기는 어떻게 다루어지는가 143
비탄의 연대자 151
끊임없이 되돌아오는 여자 155
자궁, 영혼들의 영토 161
해진 신발마냥 내가 빈 들판을 헤맬 때 167
영혼의 품위를 지키는 일 181
불확실의 바다를 건너는 법 187
내가 가장 자유로웠을 때 193
몸, 수치심과 욕망과 혼돈의 텍스트 201
암흑을 들여다보는 연습 209
당신의 죽음을 어루만지는 언어들 213
3부 우리의 고통이 언어가 될 때
바람은 씨앗을 잉태하고 (1) 221
바람은 씨앗을 잉태하고 (2) 229
바다는 그 설움을 237
목숨마다 넋 나가지 말게 하고 243
겉절이와 할머니 251
당신은 역사의 표현이다 261
내가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영광과 슬픔 265
사랑하는 마음은 무성하고 깊고 그윽하네 275
나가며 285
작가의 말 295
참고 도서 305
저자 소개
조소연
13년간 문학 인문 예술 분야 출판 편집자로 일했다. 2023년부터 제주에서 글쓰기 공동체 ‘자기 해방의 글쓰기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세상의 경계에 서 있을 ‘당신’을 발견하기 위해, 당신의 살아 있는 ‘목소리’를 기억하고 싶을 때 글을 쓴다.
제목 | 태어나는 말들 |
부제 | 우리의 고통이 언어가 될 때 |
저자 | 조소연 |
출판사 | (주)북하우스 퍼블리셔스 |
발행일 | 2024년 6월 27일 |
페이지 수 | 308쪽 |
사이즈 | 130✕210 |
도서 형태 | 무선제본 |
ISBN | 979-11-6405-261-5 03810 |
분야 | 에세이 | 한국 에세이 |
정가 | 16,8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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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개
제11회 브런치북 대상작 『태어나는 말들』은 자살한 어머니를 이해하기 위해 삶의 가장 내밀한 구석까지 파고든 딸의 상실과 회복의 기록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다가 끝내 극단적 선택으로 삶을 닫아버린 어머니는 가족들 사이에서조차 언급하기를 꺼리는 불온한 존재로서 은폐된다. 이 책의 저자인 조소연 작가 또한 오랫동안 어머니에 대해 말하기를 회피해왔다.
그러나 저자는 더 늦기 전에 고인의 딸이자 같은 여성으로서 ‘어머니에 대해 말해야 한다’라는 사명으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태어나는 말들』의 특별함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에 쓰인 모든 문장은 죽음을 뚫고, 침묵을 깨트리며 세상으로 나왔다. 그녀가 말하지 않는다면 어머니는 영영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 피안의 세계에서도 홀로 외롭게 존재할 것이기에, 가장 아픈 상처에서부터 파고들어 어머니의 삶을 다시 조명하고자 한 것이다. 조소연 작가는 이 책으로 ‘쓰기’를 통해 애도를 표현하고, ‘쓰기’를 통해 오래된 상처를 치유하는 언어의 가장 내밀한 쓰임을 증명해 보인다. 이 책의 등장으로 서점가의 눈 밝은 독자들은 새로운 작가의 탄생을 예감하게 될 것이다.
“나는 아주 폭력적인 방식으로
어머니의 세계로부터 추방되었다.”
누군가에게는 불온할 수 있지만
반드시 쓰여야만 했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
『태어나는 말들』은 서두를 여는 강렬한 첫 문장에서부터 ‘어머니’의 존재를 드러내며 독자들에게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를 경고한다. 여기서 말하는 ‘폭력적인 방식’이란 바로 스스로 자기의 목숨을 끊는 것이었다. 제아무리 병 없이 천수를 누리다가 눈을 감는다 하더라도 가족의 죽음이란 언제나 깊은 슬픔을 몰고 오기 마련이기에, 사랑하는 가족이 자신의 선택으로 세상을 등졌을 때 남은 유가족이 느낄 슬픔이란 감히 상상하기도 어렵다. 심지어 나에게 생명을 준 어머니의 자살은 삶을 뿌리째 흔드는 재해와 같은 비극이다.
이처럼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는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이야기를 『태어나는 말들』의 조소연 작가는 온전히 부딪쳐가며 독자들에게 펼쳐놓는다. 자살하기 전 어느 날부터인가 정신이 허물어졌던 어머니, 그녀의 외도, 욕망, 자식들에 대한 집착과 결함까지 모두 기록해나간다. 누군가에게는 이토록 적나라하게 고인의 치부를 밝히는 것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조소연 작가는 말한다.
“그녀가 자신의 존재를 모두 걸고 지키고자 한 비밀이었기에 나는 여기에 그녀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럽다. 나의 말소리가 어머니의 영혼에게까지 들린다면 그 영혼은 나를 휘감고 통곡할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엄마! 나는 말해야만 해요!”라고 외칠 것이다. 간통, 불륜, 외도라는 단어로 그녀에게 죄의 낙인을 씌우고자 함이 아닌, 그녀의 욕망이 어떤 과정으로 비틀리고 왜곡되어갔는지, 그것이 어떻게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갔는지를 드러내야만 한다.”
이 책은 사회적·도덕적 잣대로 어머니를 재단하기 위해서가 아닌, 한 여성으로서의 어머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위해 쓰였다. 그 이해를 바탕으로 누군가의 아내이자 어머니로 거의 평생을 살아온 한 여성을 다시 이 세상에 불러들이고자 한 것이다.
“내가 부재하는 당신을 사랑하는 유일한 방법은 당신의 흔적과 유해를 낱낱이 그러모아 그 형상을 복원하는 일이었다.”
깨진 도자기 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춰 붙이듯 산산조각 난 삶의 파편들을 글로 정리해 이리저리 맞춰보는 이 행위는 육체로부터 자유로워진 어머니의 넋을 글이라는 그릇에 다시 담는, 말이라는 신물(神物)을 통한 ‘내림굿’이다. 작가 조소연은 딸이자 같은 여성으로서 문장 하나하나에 혼과 신을 갈아 넣어 이 뒤늦은 참회의 위령제를 주관한다.
“어머니의 목숨을 담보로 지금의 내가 살아 있다.
그러므로 나는 치욕에 무너지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1부 애도와 기억’이 어머니에 대한 회고라면, ‘2부 여성은 왜 아픈가’는 어머니가 살아온 삶을 이해하게 되면서 작가 조소연이 자신의 삶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그녀는 어머니가 본인의 모든 것을 희생해 키워낸 존재가 자신임을 받아들인다. 어머니의 생전에는 수없이 싸우고, 불화하며, 때때로 그녀의 세련되지 못한 욕망을 부끄러워하기도 했지만, 그런 부끄러움마저도 어머니가 자신을 ‘배운 사람’으로 만들었기 때문임을 깨닫는다.
한 사람의 생애에 과연 어머니만큼 깊이 엮여 있는 존재가 또 있을까? 어머니에 대해 쓴 이 책은 필연적으로 작가 조소연의 자전적 에세이이기도 하다. 어머니가 여성으로서의 욕망과 욕구를 버리고, 치욕과 삶의 풍파를 잊고 가장 몰입했던 것이 바로 자식들이기 때문이다. 조소연 작가는 어머니에 대하여 그리고 그런 어머니의 슬하에서 자란 자신에 대하여 써 내려간다. 서로를 할퀴고 원망하는 가족,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할 트라우마와 상처, 인간적인 결함과 치부까지를 낱낱이 밝히는 이 글쓰기는 결국 아무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기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장치가 된다. 그 결과 조소연 작가는 마침내 오랫동안 불화해왔던 자신의 삶과 화해하며, 진정한 자유와 내면의 평화를 찾아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3부 우리의 고통이 언어가 될 때’에서 작가의 시선은 어머니와 나에게서 더 나아가 아무도 귀 기울여 들어주지 않던 약자들의 아픔으로 확장된다. 제주도로 이사와 해녀들의 이야기로부터 제주 4·3 사건이라는 역사적 비극에 주목하고, 피해자들의 상처에 공명하며 거기에 자신의 목소리를 더해 그들과 함께 노래하고 말한다.
마치 기나긴 터널을 통과하는 것처럼 깊은 슬픔과 비탄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던 조소연 작가의 목소리는 점차 생기와 삶에 대한 의지로 넘쳐흐른다.
“살아내겠습니다. 당신을 사랑하듯, 소멸하는 나의 생과 모든 순간들을.”
어머니를 복원하며 스스로 삶을 수렁으로부터 건져낸 이 ‘자기 해방의 글쓰기’는 읽는 이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할 만큼의 감동을 품고 있다. 영원처럼 계속될 것만 같은 슬픔에서 회복해 모든 순간을 사랑하겠노라 결심하는 조소연 작가의 변화는 각자 저마다의 슬픔을 지닌 사람들에게 크나큰 위로가 된다. 지금 느끼고 있을 슬픔은 결코 영원하지 않다. 우리 또한 다시 삶을 사랑할 수 있는 순간이 올 것이다.
추천의 말
쓰일 수밖에 없는 글이 있다. ‘나는 써야만 해요’ 부추긴 목소리에 의해 쓰인 글. 독자는 매혹된다. 사로잡혀 운다. 뛰고, 춤춘다.
제주에는 무아지경의 춤을 추게 함으로써 정신병을 낫게 하는 ‘두린굿’이 있다. 그 굿의 핵심인 ‘춤취움’처럼 조소연은 ‘글씌움’을 통해 금기가 된 죽음을 애도하고 파열된 마음에 손을 내민다.
이 책은 피의 언어로 어머니의 아픈 피를 씻는 제의이자 실성한 어머니와 상실한 딸뿐만이 아닌 모든 ‘다락방의 미친 여자들’을 불러내 춤추게 하는 한판 두린굿이다. 그리하여 당신은 본다. 찔린 자궁에서 빛의 알로 깨어나는 말들을.
그러므로 『태어나는 말들』을 읽는 것은 ‘쓰기’가 어떻게 ‘낳기’이자 ‘낫기’가 될 수 있는가를 목도하는 일이기도 하다. 어머니와 딸, 이 영원한 근친적 타자의 죽음을 끝끝내 언어화함으로써 마침내 재건과 회복으로 나아가는 이 책은 여성의 글쓰기가 어째서 가장 유효한 애도의 방식인지를 보여주는 새로운 텍스트가 될 것이다.
조소연의 문제적 첫 책이 보여주는 쓰기의 관능과 권능, 이 미친 ‘씀’의 굿판에 당신도 어서 들어와, 같이 춤추자! -허은실(시인)
차례
들어가며 7
1부 애도와 기억
수치심과 자살 13
말할 수 없는 죽음 21
은폐의 동조자들 27
내 딸이여, 시간을 초월하는 운명이 덮쳤소 35
어머니의 산 그리고 모성 (1) 39
어머니의 산 그리고 모성 (2) 47
폭풍의 한가운데에서 51
고통의 기원과 역사 59
사랑은 넘쳐흐르는 노래가 되어 65
구원자 75
지상의 죄인 81
어머니, 대담한 늑대 89
잿더미와 부서진 뼈들 95
자궁, 동굴에 갇힌 여자들 105
2부 여성은 왜 아픈가
고통을 질료로 삼다 117
자궁이 병들다 123
히스테리의 역사 127
‘말할 수 없음’에 대하여 쓰기 137
여성의 광기는 어떻게 다루어지는가 143
비탄의 연대자 151
끊임없이 되돌아오는 여자 155
자궁, 영혼들의 영토 161
해진 신발마냥 내가 빈 들판을 헤맬 때 167
영혼의 품위를 지키는 일 181
불확실의 바다를 건너는 법 187
내가 가장 자유로웠을 때 193
몸, 수치심과 욕망과 혼돈의 텍스트 201
암흑을 들여다보는 연습 209
당신의 죽음을 어루만지는 언어들 213
3부 우리의 고통이 언어가 될 때
바람은 씨앗을 잉태하고 (1) 221
바람은 씨앗을 잉태하고 (2) 229
바다는 그 설움을 237
목숨마다 넋 나가지 말게 하고 243
겉절이와 할머니 251
당신은 역사의 표현이다 261
내가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영광과 슬픔 265
사랑하는 마음은 무성하고 깊고 그윽하네 275
나가며 285
작가의 말 295
참고 도서 305
저자 소개
조소연
13년간 문학 인문 예술 분야 출판 편집자로 일했다. 2023년부터 제주에서 글쓰기 공동체 ‘자기 해방의 글쓰기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세상의 경계에 서 있을 ‘당신’을 발견하기 위해, 당신의 살아 있는 ‘목소리’를 기억하고 싶을 때 글을 쓴다.